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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원 남긴 노부부

    작년 어버이날은 우울했다. 부모를 모시고 살던 마흔 살 아들은 등 떠밀려 제주도로 여행을 왔지만 아무래도 경기도 용인 집이 걱정됐다. 아들네에게 "그동안 고생했다"며 여행을 다녀오라던 노부부였다. 전화를 걸었으나 부모님이 받지 않았다. 아파트 경비원에게 현관 비밀번호를 일러주며 확인을 부탁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이 들렸다. 중증 치매를 앓던 예순아홉 아버지와 암에 걸린 예순둘 어머니가 목을 매 숨졌다고 했다. 아버지는 침실, 어머니는 발코니에서 발견됐다.

   노부부는 아들에게 "미안하다. 그리고 고마웠다…"는 유서를 남겼다. "아버지 엄마가 같이 죽어야지, 어느 하나만 죽으면 짐이 될 것"이라고도 썼다. 우리네 부모들은 내색은 잘 안 하지만 행여 자식에게 짐 될까 겁을 냈다. 노인 자살에는 결혼 생활, 가족, 직업 유무, 경제 형편, 건강, 종교 같은 여러 원인이 얽혔다. 노인들이 남긴 글에는 흔히 병고(病苦)나 생활고, 그리고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다"는 심정이 절절하게 담겨 있었다.

   그제도 인천 어느 집에서 60대 부부가 목숨을 끊었다. 부부는 법이 정한 최저생계비보다 훨씬 적은 월 15만원 노인수당으로 살아왔다. 예순아홉, 예순여덟 노부부 집에선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향해 그토록 억척같이 살아왔는지 모르겠다."는 유서가 나왔다. 부부는 지난 몇 년 동안 극심하게 쪼들리면서 얼마 안 되는 전세비를 빼내 사글세로 바꾸고, 그나마 보증금도 자꾸 까먹어 300만원으로 줄였다. 장례비로 남긴 듯 현금 50만원이 따로 발견됐지만 통장엔 고작 3000원이 들어 있었다.

65세 넘는 노인의 자살 증가율이 너무 가파르다.

   2006~2010년 5년 사이 무려 37%나 늘어났다. 2006년 3197명이었고 2010년엔 4378명이었다. 세대를 다 합친 평균 자살률의 두 배를 웃돈다. 물어볼 것도 없이 '노인 자살률 OECD 1위'다. "동방예의지국이 어쩌다 아버지·어머니를 자살로 내모는 부끄러운 나라가 됐느냐"고 통탄하는 이가 많지만 노인 자살은 꺾일 줄을 모른다.

   인천의 노부부가 떠난 뒤 이웃들은 "누군지 모르고 지냈다.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하나 있는 아들도 연락을 끊고 살았다. 부부는 지난달 인하대 병원을 찾아가 시신 기부 서약서를 썼다.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고립된 채 막다른 길로 가면서도 세상을 생각했던 마음이 눈물겹다. 노인들은 자살 조짐도 보이지 않은 채 마음을 꼭꼭 닫고 사는 경우가 많다. "무엇을 향해 그토록 억척같이 살아왔는지 모르겠다."는 마지막 말에서 인간이 맞닥뜨리는 가장 무서운 절망을 본다.

/김광일:논설위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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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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