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시드니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날도 다른 날과 똑같이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갑자기 종이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나는 청각장애우입니다.
오천 원만 주세요˝
도와달라는 뜻이었다.
처음에. 난 생각 없이 싫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제까지 난 누군가를 도와준 적이 없었다.
재정적으로.
그래서 평소처럼 그냥 모른척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지나가는 그쪽을 쳐다봤다.
그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도와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종이를 내밀면서.
그런데.
내 앞에 있는 사람도. 옆에 있는 사람도
누구도 그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나는 갑자기 생각났다.
누군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외면당했을 때의 기분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 기분이 어떤 것인가.
최근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했었는데
거절당했었다. 그때 난. 절망적이었다.
그래서 안다. 그 기분이 어떤 것인가.
누군가한테 도움을 요청했을 때 거절당하면
마음이 닫혀버린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이 다른 칸으로 넘어가기 전에
그 사람한테 달려갔다.
나는 걸을 때 항상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
그때 난 구두를 신고 있었는데.
그때도 시끄러운 소리가 났었다.
어쨌든. 나는 그 사람한테 다가갔다.
오천 원을 주기 위해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을 외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데. 그 사람이 갑자기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그 사람을 아직 부르지 않았는데.
그 사람은 뒤를 돌아봤다.
˝어찌 된 거지?˝
난 속으로 좀 당황했다.
˝아마. 진동을 느꼈나?˝
그랬나 보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도와주었다.
27년. 을 살면서 처음으로.
누군가가 그랬다.
외롭고 힘들 때 다른 사람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한다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고.
난 오늘 그것을 경험했다.
앞으로도. 좋은 경험을 하고 싶다.
/현지혜-현지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