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일반자료 2023. 9. 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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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어느 날. 시드니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날도 다른 날과 똑같이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갑자기 종이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나는 청각장애우입니다. 오천 원만 주세요˝

도와달라는 뜻이었다. 처음에. 난 생각 없이 싫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제까지 난 누군가를 도와준 적이 없었다.

재정적으로. 그래서 평소처럼 그냥 모른척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지나가는 그쪽을 쳐다봤다. 그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도와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종이를 내밀면서. 그런데. 내 앞에 있는 사람도. 옆에 있는 사람도 누구도 그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나는 갑자기 생각났다. 누군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외면당했을 때의 기분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 기분이 어떤 것인가. 최근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했었는데 거절당했었다. 그때 난. 절망적이었다. 그래서 안다. 그 기분이 어떤 것인가. 누군가한테 도움을 요청했을 때 거절당하면 마음이 닫혀버린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이 다른 칸으로 넘어가기 전에 그 사람한테 달려갔다.

나는 걸을 때 항상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 그때 난 구두를 신고 있었는데. 그때도 시끄러운 소리가 났었다.

어쨌든. 나는 그 사람한테 다가갔다. 오천 원을 주기 위해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을 외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데. 그 사람이 갑자기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그 사람을 아직 부르지 않았는데. 그 사람은 뒤를 돌아봤다.

˝어찌 된 거지?˝

난 속으로 좀 당황했다.

˝아마. 진동을 느꼈나?˝

그랬나 보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도와주었다. 27년. 을 살면서 처음으로.

누군가가 그랬다. 외롭고 힘들 때 다른 사람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한다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고.

난 오늘 그것을 경험했다. 앞으로도. 좋은 경험을 하고 싶다.

/현지혜-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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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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