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시민전쟁이 전국에 걸쳐 맹렬하게 번지고 있었다.
정부군이
한 마을을 탈환했을 때의 일이다.
어느 건물의 모퉁이에서
가슴에 심하게 총상을 입은 적군병사 하나가 안타깝게 소리쳤다.
"제발 죽기 전에 제 마지막 소원이니
신부님을. 내게 신부님을 모셔다 주세요. 제발."
군인하나가 욕설을 퍼부었다.
"지옥에나 떨어져라. 000놈."
그러나
군인의 동료 중 하나가
그 적군병사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신부를 찾아서 모셔왔다.
신부는
적군병사에게 몸을 기울여 물었다.
"고해할 것이 있소?"
"예, 그런데 한 가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이곳 성당의 주임 신부님이십니까?"
"그렇소이다."
적군병사는
신부에게 자신의 죄를 털어놓았다.
고해성사를 마친 신부의 얼굴은
창백해지고 땀을 몹시 흘리고 있었다.
그러나
신부는 침착하게 군인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형제들이여,
이 부상병을 집안으로 운반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오."
적군병사는
신부의 말을 듣고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저 신부님이
나를 용서해 주셨습니다. 나를……."
군인 한 사람이 말했다.
"당연하지 않고? 신부인데."
그러자
병사가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나는 내 손으로 32명의 신부를 살해했습니다.
마을을 침략할 때마다 사제관을 뒤져서 총, 칼, 몽둥이로 죽였습니다.
이 마을에서도 사제관을 뒤졌으나 신부는 없고
그래서 그의 부모와 형제들을 죽였습니다.
그런데도 그 분이
이 죄 많은 나를 용서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