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흐른다. 물과 같이 고일 곳으로 흐르게 마련이다. 부자라고 언제나 부자인 것은 아니다. 그들이 부자인 이유는 그들이 획득한 부를 지키기 위해 그만큼 노력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가난한 사람이라고 언제나 가난한 것은 아니다.
자신이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쉽게 범하는 오류가 있다. 가난은 대물림된다는 생각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러한 생각은 시대에 따라 흘러왔다. 이러한 생각을 받아들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거부하며 맨주먹으로 큰 부(富)를 이룬 사람도 있다.
21세기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이 상식을 반복한다. 거대자본의 시대가 될수록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인 사람은 더 부자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들에게는 오늘의 현실을 탈출해야 한다는 목표만 있다. 과정에 대한 준비 없이 대박을 노리거나 사업을 해도 길게 생각하기보다 빨리 내달으려는 욕망으로 인해 사람보다 물질을 중요하게 여긴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듯이 신뢰를 잃게 되면 사업을 망치게 된다. 그들은 말한다, 아이들 때문이라도 하루빨리 부자가 되어야 한다고, 과연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돈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돈을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부자 심리를 가르치는 것이며, 좋은 습관과 생각을 물려주는 것이다.
또 다른 이들은 스스로 가난하다고 아예 포기하여 벗어날 궁리조차 하지 않는다. 공부마저도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공부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다른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다. 나의 미래는 내가 그린 그림이다. 나 스스로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여기 소개할 임공은 관청의 창고지기였다. 그가 인생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은 누구나 당연하다고 여기는 가업을 잇는 관습을 벗어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스스로 인생을 바꿔나가겠다는 작은 생각의 차이에서 시작한 것이다. 그의 역발상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역발상은 그가 사업을 키우고 지키게 해주는 비결이었다.
고금동서를 통한 거만의 재물을 모은 사람 중에 전쟁을 이용한 사람이 적지 않다. 중국의 고대에도 전쟁은 사람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했다. 전쟁은 막대한 전쟁 물자가 있어야 한다. 병기를 제조하기 위해 철이 필요하고 군사들에게 먹이기 위해서 수만 석의 양곡이 동원된다. 운송 수단과 물가의 등락 등 돈을 벌 기회가 곳곳에 널려 있다. 그러나 전쟁은 재물과 집이 불타고 농토가 황폐해지게 하여 부를 순식간에 잃게 하기도 한다.
전국시대에 임공(壬公)은 장안 근처 선곡 땅에서 태어났다. 그의 조상은 대대로 현에서 관청의 창고지기를 하면서 넉넉지 않게 살았다. 임공은 가난한 조상들의 삶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어떻게 하든지 부를 이루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 창고지기를 그만두고 장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장에 나가 시장을 살펴본 후 적은 돈으로 시작할 수 있는 소금 장사를 시작하였다. 장사로 약간의 재물을 모으게 되자 농사와 목축업을 시작했다. “땅에서 나는 것이 가장 소중한 것이다.” 임공은 항상 가족들에게 말했다. 그는 허름한 옷을 입고 고기를 먹지 않았다. 또한, 사치를 부리지 않고 내일을 위해 지식을 쌓았다.
임공이 태어나서 살던 시대는 천하를 통일한 진나라가 2세 황제 호혜와 환관 조고의 폭정으로 어지러울 때였다. 2세 황제가 조고로 인해 정치를 제대로 하지 않자 중국 천하의 풍속은 사치에 젖어 다투듯 금은보석과 비단 같은 호화로운 물품을 사 모으는 것이 크게 유행했다.
“우리 가족은 누구나 농경이나 목축업에서 나오지 않는 것은 입지도 말고 쓰지도 말라.”
중국이 사치풍조에 물들어 있었으나 임공은 가족들에게 먹고 입는 것을 농사나 목축업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한정시키고 누구나 그 원칙을 지키게 했다. 일할 때는 술과 고기를 일체 금지했다.
임공이 가법을 정해 엄격하게 실천했기 때문에 그들은 부자가 되었다. 그의 집에서는 누구나 땅에 떨어진 하찮은 물건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하늘에서 내리는 비 한 방울도 받아서 허드렛물로 썼다. 천하가 어지러워지자 중원 각지에서 영웅호걸이 들고일어났다.
초 땅에서 진승과 오광이 일어나고 뒤이어 항우와 유방이 일어났다.
중국 천하는 영웅들의 전쟁에 휘말렸다.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자 사람들은 전쟁을 피하여 피난을 가기 시작했다.
“전쟁이 일어나면 금은보석이 제일이다. 피난 갈 때도 간편한 금덩어리만 있으면 된다.”
사람들은 다투어 금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금값이 폭등하고 곡식값이 폭락했다.
V 부자가 되려면 역발상을 하라.
임공은 금과 패물을 사들이는 사람들과 반대로 곡식을 사들였다. 아들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버님, 전쟁이 일어나는데 곡식을 사들이면 어떻게 합니까? 다른 사람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금을 사고 있습니다.”
아들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전쟁이 일어나면 금을 어디에 쓰느냐?”
“우선 피난을 갈 때 요긴하게 쓸 수 있지 않습니까?”
“그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금덩어리가 몇 개 있어서 피난처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을지 몰라도 대상(大商)이 취할 방법은 아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해서 금값이 폭등한다. 진정한 장사꾼이라면 반대로 한 번 생각을 해봐라. 모든 사람과 똑같은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부를 이루기를 바라느냐? 너는 아무 소리 하지 말고 곡식이나 부지런히 사들여서 땅속에 묻어라,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임공이 아들에게 지시했다. 아들은 불만이 많았으나 어쩔 수 없이 임공이 시키는 대로 곡식을 사들였다. 전쟁은 점점 치열해졌다. 중국 전역이 전쟁의 바람에 휩쓸려 들어갔다. 항우는 초 왕이 되고 유방은 한 왕이 되어 형양에서 일대 혈전을 벌였다. 농민들이 강제로 군대에 징집되어 처절한 혈전을 벌였다.
그야말로 피가 내를 이루고 시체가 산을 이루는 참상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수십만 대군이 전쟁을 벌이면서 군량이 모자라 백성들의 양곡을 마구 빼앗아 갔다. 오늘 초군이 와서 식량 을 빼앗아 가면 내일은 한 군이 와서 빼앗아 갔다. 마침내 백성들은 식량이 떨어지고 말았다. 전쟁으로 농사를 짓지 못한데다가 군대가 양식을 빼앗아 가자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했다.
그들은 집 안에 있는 패물을 닥치는 대로 팔아서 양곡을 사려고 했다. 양곡이 귀해져 쌀 한 가마에 1만 전으로 치솟았다. 양곡값이 폭등하고 금값이 폭락했다.
“ 자, 이제 땅속에 숨겼던 곡식을 꺼내서 팔아라.”
임공은 비축한 곡식을 때에 맞춰 팔아서 금과 패물을 거두어들였다. 임공은 순식간에 한나라 제일의 거부가 되었다.
“아버님, 이제는 부귀를 누려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버님의 혜안으로 우리는 한나라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되었습니다.”
아들이 기뻐하면서 말했다.
“부는 모으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욱 어렵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거만의 부를 지키는 것도 나라를 지키는 것과 같다. 진나라는 여러 대에 걸쳐 백성들을 부강하게 하고 왕들이 정치를 잘하여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다. 그러나 2세 황제에 이르러 환관 조고를 등용하는 바람에 멸망하지 않았느냐? 너는 우리 집안의 부귀영화가 자손들까지 계속되기를 바라느냐, 우리 대에서 끝나기를 바라느냐?”
“그야 자손 대대로 부귀하기를 바랍니다."
“그렇다면, 근면하고 검소해라. 재물이 네 주머니 속에 있다고 해도 언제 먼지처럼 사라질지 모르는 것이다.”
임공은 아들에게 농장과 목축업에 힘쓰도록 했다. 그리고 그것을 가법으로 정해 대대로 부영(富榮)을 누릴 수 있었다.
임공은 향리의 지도자가 되었고 한나라의 고위 관리들도 그를 높이 받들었다. 그러나 임공은 한 번도 비열한 수단으로 돈을 벌지 않아 향리 사람들로부터 더욱 존경을 받았다.
한나라를 건국한 한 고조 유방이 임공에 대한 소문을 듣고 그를 불렀다. 임공은 미천한 장사꾼 신분으로 천자를 알현하게 되었다.
“ 그대는 거만의 부를 축적했다고 하는데 비결이 있는가?” 한 고조가 임공에게 물었다.
“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임공이 공손히 아뢰었다.
“ 그래도 부를 축적한 것은 남다른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 제가 부자가 된 것은 원칙에 충실하게 살고 정세를 잘 판단하여 물건을 사고팔아 이윤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 정세를 판단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 사람들은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들과 달리 생각합니다.
저는 그것을 역발상이라고 합니다.”
“ 예를 들 수 있는가?”
“ 남 월(南 越)에는 미개한 오랑캐들이 살고 있어서 신발을 신지 않는 풍습이 있습니다.
“ 제가 아들에게 남 월에 가서 신발을 팔라고 했더니 아들은 신발을 신지 않는 풍습을 가진 사람들에게 어떻게 신발을 파느냐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신발을 신지 않는 풍습을 신발을 신게 하면 엄청난 부를 이룰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들이 그렇게 하여 많은 돈을 벌어 왔습니다.”
“ 풍습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 먼저 여자들에게 돈을 주고 예쁜 신발을 신게 했습니다. 그러자 여자들이 다투어 예쁘게 보이기 위해 신발을 샀고 마침내는 남자들까지 신발을 신게 되었습니다.”
임공의 말에 한 고조 유방은 무릎을 치면서 크게 감탄했다.
“ 재물이라는 것은 벌기도 어렵거니와 지키기도 어렵다고 한다. 그대는 어떤 방법으로 재산을 지키는가?”
“ 근면 검소하고, 사치나 허영을 부리지 않는 것으로 지킵니다.”
“ 옳은 말이다. 그대가 말한 이치는 나라를 경영하는 이치와 같다.”
한 고조는 만족하여 임공에게 주연을 베푼 뒤에 돌려보냈다. 천자를 만나고 향리로 돌아온 임공은 더욱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면서 여생을 마쳤다. 그의 자손들도 가법을 잘 지켜서 대대로 부귀하게 살았다.
창고지기 출신 임공의 성공은 원칙에 충실하면서도 생각을 바꾸는 역발상에 있었다. 역발상은 쉬우면서도 어렵다. 상식과 관습에 젖어서는 변화란 일어날 수 없다. 여기에서 벗어나 다른 길을 찾으려는 작은 씨앗이 후에 그의 크나큰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임공의 혜안으로 회자하는 역발상은 평소에 그가 쌓은 지식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세상에서 떠밀려 나왔다고 생각하는 사람, 세상이 모두 등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다시 한번 돌아볼 일이다. 나는 변화를 만드는 사람인가, 변화를 좇아가는 사람이었는가.
두 번째. 임공의 혜안은 본질을 볼 줄 아는 것이었다. 그는 돈을 좇지 않고 사람들의 필요성을 먼저 생각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돈이 되어 돌아오게 했다. 다른 사람들은 눈앞의 이익에 현혹되어 상식적인 발상을 함으로써 이익을 내지 못할 때 그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전쟁이 나면 금값이 오른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전쟁이 오래되어 먹을 것이 없어지면 식량이야말로 가장 값진 것이 된다는 것을 사람들은 미처 헤아리지 못한 것이다. 임공의 역발상은 이처럼 ‘필요성’에 있었다. 전쟁에서 식량이 떨어지면 사람들이 식량이 필요하리라 생각했고 그래서 식량을 비축했다.
남쪽의 월나라 사람들에게 신발을 판 것도 그들에게 필요성을 인식시켜준 것이다. 즉 그들은 신발을 신지 않았지만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신발을 신게 했고 그로 인해서 크게 부를 이룬 것이다. 북극 에스키모에게 냉장고를 팔고 아프리카인들에게 신발을 판 것도 모두 필요성을 창출한 데서 비롯되었다.
* 인생 역전의 결정적 단서
1, 남들이 습관적으로 하는 상식과 관습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
2, 사람들이 꼭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들어라. 그러면 돈은 저절로 찾아온다.
3, 사람들이 필요로 하지 않으면 필요하게 만들어라.
4, 근면과 검소는 도덕 교과서가 아니다. 현명하게 잘 사는 기본기다.
5, 비열한 수단을 쓰거나 눈에 보이는 이익에 현혹되지 마라. 오래가지 못한다.
6, 재물은 버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
< 출전, 사기 열전 >
/이수광 지음-고전에서 찾은 인생 역전기, 부자 열전 -학이시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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