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호스피스 병동에 모시고
마음 다해 효도하지는 못하더라도
세상 사람들이 연민(憐愍)하는 이,
거적장례 치르는 축에도 못 낀다.
따뜻한 항아리에 볼 비빌 수 없고
아버지 묘에 풀포기 하나 못 심고
산소한번 못가는 나는 공중에 뜬
여기 이 세상 사람이 아닌가보다.
나는 이 세상 사람이 못되나보다.
뭇짐승과 미물조차도 해내는 짓인
고작 내리사랑 뿐만을 나였으니
나는 그대로 허황된 미물인가보다.
나는 참 이 세상사람 아닌가보다.
세상사 죄다 끼워주지 않는가보다.
나는 이 세상 살 자격 없는가보다.
나 살 곳 물어보자 하느님께 가서
내발 디딜 곳 없음을 꼬박 사뢰자.
8030.110808 /외통徐商閏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