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에 젖은 일과 때문만은 아닙니다. 부풀어 오르는 그늘을 따라 산으로 해변으로 또 혹은 바다를 건너 문병의 저습대로 갔던 당신들도 돌아온 지 오래고 하늘 높이 체중마저 한층 가벼워지는 가을인데도 잔인한 9월이라 누가 말했습니까.
그 옛날 서쪽 나라에서는 9월이면 말을 죽이는 습관이 있었다지만 우리의 조상들도 황소를 도살하여 추석 차례를 지내는 일이 더러 있었습니다.
아주 어린 시절, 친구를 따라 황소를 죽이는 장소에 간 일이 있습니다. 맑은 시내가 흐르고 황소 한 마리, 쇠망치 하나, 그리고 아주 무섭게 생긴 사내가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황소의 눈에는 파란 하늘이 비쳤지만, 눈물이 고이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저씨 이놈을 살려서 도망가게 할 수는 없을까요.」
「나도 가슴이 아프지만, 이 일을 해야만 살 수 있단다.」
하는 수 없이 나는 그 자리에서 무작정 달리기를 했습니다. 얼마를 갔는지 멀리서 황소의 울음소리가 들리며 나도 한없이 울었습니다.
그 후부터 나는 9월이 오면 잔인한 달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올해에도 몇 마리의 황소가 죽어 가야 할지, 마치 과학 문명이 인간의 생명을 잠식하듯이 말입니다.
/김경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