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름을 사랑하기 때문에
바람이 불기만 하면 금세라도
푸름의 파도가 쓰러져 올 것만 같은
골짜기와 가로수의 그늘에
두고 온 그 많은 이야기
누구의 소망에 의함도 아닌 것
오직 지층에서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열기처럼
지하수의 수액이
나무 잎사귀 끝까지 기어오르며
젊음을 뿜어 올리는 한나절
당신은 고궁의 층계를 가로지르며
푸름을 실컷 마셔야 한다고.
사랑도 더욱 푸르러야 한다고 했었지
정신분석학마저
푸름은 사람의 마음을 용해한다고 하여
푸름의 동시라도 써야 한다는
당신의 얼굴에도
오늘따라 푸름이 맥박치고 있어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하루이기에.
/김경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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