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럽디다

일반자료 2023. 5. 2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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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럽디다

그럽디다.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렇고 그럽디다.

능력이 있다고 해서 하루 열 끼 먹는 거 아니고, 많이 배웠다고 해서 남들 쓰는 말과 다른 말 쓰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발버둥 치며 살아봤자 사람 사는 일 다 거기서 거깁디다.

백 원 버는 사람이 천원 버는 사람 모르고 백 원이 최고인 줄 알고 살면 그 사람이 잘사는 것입디다.

만원 벌자고 남 울리고 자기 속상하게 사는 천원 버는 사람보다 훨씬 나은 인생입디다.

어차피 내 맘대로 안되는 세상, 그 세상 원망하고 세상과 싸워봤자 자기만 상처받고 사는 것,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자기 속 편하고 남 안 울리고 살면 그 사람이 잘사는 사람입디다.

욕심…. 그거 조금 버리고 살면 그 순간부터 행복일 텐데 뭐 그렇게 부러운 게 많고 왜 그렇게 알고 싶은 게 많은지. 전생에 뭘 그리 잘 처먹고 살았다고 그렇게 버둥대는지 내 팔자가 참 안됐습디다.

그렇게 예쁘게 웃던 입가에는 어느덧 싼 미소가 자리를 잡았고, 적당히 손해를 보며 살던 내 손에는 예전보다 만 원짜리 몇 장이 더 들어 있습디다.

그 만 원짜리 몇 장에 그렇게도 예쁘던 내 미소를 누가 팔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도매로 넘겨버렸습디다.


그럽디다.

세상사는 일 다 그렇고 그럽디다.

넓은 침대에서 잔다는 것이 좋은 꿈 꾸는 것도 아닙디다.

좋은 음식 먹고 산다고 머리가 좋아지는 것도 아닙디다.

사람 살아가는 것이 다 거기서 거깁디다.

다 남들도 그렇게 살아들 갑디다.

내 인생인데 남 신경 쓰다 보니 내 인생이 없어집디다.

아무것도 모르며 살 때, TV에서 이렇다고 하면 이런 줄 알고, 친구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줄 알고 살 때가 좋은 때였습디다.

그때가 언제인지 기억도 못 하고 살아가고 있습디다.

언젠가부터 술이 오르면 사람이 싫어집디다.

술이 많이 올라야 진심이 찾아오고 왜 이따위로 사느냐고 나를 몹시 괴롭힙디다.

어떻게 살면 잘사는 건지…. 잘살아가는 사람은 그걸 어디서 배웠는지 안 알려줍디다.

남의 눈에 눈물 흘리게 하면 내 눈에는 피눈물 난다는 말, 그 말이 정답입디다.

누군가 무슨 일 있느냐고 물을 때, 난 그날 정말 아무 일도 없었는데 어깨가 굽어 있습디다.

죄가 없는 내 어깨가 내가 지은 벌을 대신 받고 있습디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다가 정말로 기쁘고 유쾌해서 웃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고 그런 때가 있기는 했는지 궁금해집디다.

알수록 복잡해지는 게 세상이었는데, 자기 무덤 자기가 판다고 어련히 알려지는 세상, 미리 알려고 버둥거렸지 뭡니까. 내가 만든 세상에 내가 질려 버립디다.

알아야 할 건 왜 끝이 없는지. 눈에 핏대 세우며 배우고 배워가도 왜 점점 모르겠는지. 남의 살 깎아 먹고 사는 줄 알았는데, 내가 남보다 나은 줄만 알았는데,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아 둘러보니 이제껏 내가 나를 깎아 먹고 살아왔습디다.


그럽디다.

세상사는 일 다 그렇고 그럽디다.

왜 그렇게 내 시간이 없고 담배가 모자랐는지 태어나 살아가는 게 죄란 걸 뼈에 사무치게 알려줍디다.

망태 할아버지가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무서워하던 그때가 행복했습디다.

엄마가 밥을 먹고 어여 가자 하면 어여가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물에 만 밥 빨리 삼키던 그때가 그리워집디다.

남들과 좀 다르게 살아보자고 버둥거리다 보니 남들도 나와 가습니다.

모두가 남들 따라 버둥거리며 지 살 깎아 먹고 살고 있습디다.

잘사는 사람 가만히 들여다보니 잘난 데 없이도 잘삽디다.

많이 안 배웠어도 자기 할 말 다 하고 삽디다.

그러고 사는 게 잘사는 것입디다.

/원태연 -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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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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