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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자료 2023. 5. 2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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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더 좋은 말

‘우리’ 사회는 ‘우리’라는 말에 무척 익숙하다. 영어로는 my(나의) mother, my family라고 하지만 이걸 한국어로 내 엄마, 내 식구라고 해석하면 뭔가 어색하다. 영어에서 나를 소유격으로 하는 대부분 단어가 우리말에서는 ‘우리’가 앞에 오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나’가 ‘우리’가 되고 나의 것이 바로 우리의 것이 되는 것이다. 어릴 적에는 (한국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서구보다 공동체 문화가 발달해 있는 것이라고 배웠다.

이런 생각을 전제로 한 것인지 나와 너를 하나로 묶어 주는 우리라는 단어가 요즘 광고에서 무척이나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일전에 모 기업은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개념으로 “우리보다 더 좋은 말은 없습니다”란 카피를 유행시켰다. 모 은행은 아예 이름을 우리은행으로 바꾸더니 우리나라 우리은행, 우리카드 등으로 현재 ‘우리’로 잘 나가는 기업이 됐다.

여기서 ‘우리’는 결국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이며 가족이야말로 가장 따뜻하고 아늑한 공동체임을 보여준다. 물론 나도 내 가족을 좋아하며 가족과 함께 있을 때 행복하기도 하다. 하지만 가족은 언제나 행복해야 하며 그것이 늘 건강한 공동체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지는 의문이다. 한부모 가족이나 장애인 공동체 비전향 장기수분들이 함께 모여 살던 만남의 집 공동체를 우리 사회가 ‘올바른’ 가족으로 받아들이는지 모를 일이다.

단순히 ‘우리’로 묶이는 것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나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것을 좋아한다.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는 것, 부당한 억압을 두고 저항하는 이들이 모여서 목소리를 내는 것, 함께 무언가를 향유하고 즐기는 것. 무척이나 멋진 일이며 어디에서나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우리’가 그 범주나 대상이 무척 모호한 말이라는 것이다.

보통 한국 사회에서 쓰이는 ‘우리’라는 단어는 가족주의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고 그 경계의 바깥에 서 있는 ‘너희’와 편을 가르는 ‘우리’인 경우가 많다. 우리가 남이가, 우리 경상도가 뭉쳐야, 우리 식구가 최고. 이런 말들 말이다. 경상도가 뭉치면 다른 지역은 배제될 수밖에 없고, 우리 가족이 최고면 그 기준에서 다른 이들은 남/너희/그들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따로 또 같이’라는 말을 무척 좋아한다. 각각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으면서 동시에 서로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 줄 수 있는 관계망 말이다. 혈연, 학연, 지연과 같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당연하지 않은 이유로 묶이지 않는 그런 함께, 그런 우리였으면 좋겠다.

말만 좋은 이상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꿈 좀 크게 꿔보는 게 뭐 그리 나쁜 일일까 싶다. 혈연 중심의 가족을 넘어서는 공동체를 지칭하는 우리, 너희와 우리로 편을 나누지 않는, 지금의 우리보다 더 좋은 말을 생각해본다.

/김이정민 –우먼 타임즈 -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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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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