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우편함에는 거의 매일 한 꾸러미씩의 우편물이 배달된다.
편지나 책을 잊지 않고 보내 주시는 분들의 호의는 고맙지만, 우편물을 받아 볼 때마다 한두 가지 아쉬운 점이 늘 마음을 긁곤 한다.
풀 대신에 비닐 테이프로 밀봉한 겉봉을 뜯는 일은 무엇보다 괴롭다.
재활용할 수 있는 종이봉투에 붙어 있는 비닐을 하나하나 떼어 내다보면 우편물 받을 때의 반가움이 반감되기 일쑤다.
정성 들여 풀칠을 해서 보낸 편지는 받는 이를 편하게 할 뿐 더러 크게는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일도 된다.
또 하나 아쉬운 것은 요즈음의 우편물에서 잉크 냄새나는 인간의 필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워드프로세서와 복사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우편물을 대량으로 발송할 때는 그 편리함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물량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을 탓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사람의 향기를 잊어버리고 사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펜을 꼭꼭 눌러 글씨 한 자 한 자에 정성을 들여 편지를 쓰던 때가 있었다.
편지를 받아 볼 사람의 환한 얼굴을 떠올리며 봉투를 곱게 풀칠해 붙이던 때가 있었다.
요즘은 그런 연애편지 대신에 호출기로 사랑하는 사람을 부르는 시절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랑에는 속도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편리한 것보다는 편한 게 사랑이다.
/안도현-산문집 ˝외로울 때는 외로워하자˝중에서-시 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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