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느냐? 고
"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 " 고 굳이 따지지 마시게 사람 사는 길에 무슨 법칙(法則)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삶의 무슨 공식(公式)이라도 있다던가.
" 왜 사느냐? 물으면, 그냥 웃지요. " 하는 김상용의 시(詩) 생각나지 않는가? 푸른 하늘에 두둥실 떠있는 한 조각 흰구 바람 부는 대로 떠밀려 가면서도 그 얼마나 여유롭고 아름답던가?
남의 것 빼앗고 싶어 탐내는 짓 아니 하고 남의 마음 아프게 아니하고 남의 눈에 슬픈 눈물 흐르게 하지 아니하며,
물 흐르듯, 서로의 가슴에 정(情) 흐르게 하며 그냥 그렇게, 지금까지 살아왔듯이 살아가면 되는 것이라네 .
부자(富者) 부러워하지 말게. 알고 보니,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나 보다 더 많은 고민(苦悶)이 있고근심 걱정 나 보다 열배 백배 더 많더군.
높은 자리 탐내지 말게. 먹어서는 아니 되는 그놈의 " 돈 " 받아 먹고 쇠고랑 차는 꼴, 한 두 사람 본 것 아니지 않은가?
부자도 높은 자리도 알고 보니 가시 방석이요, 뜨거운 불구덩이속(內)이요, 그 곳을 박차고 벗어나지 못하는 그네들이오히려, 측은하고 가련한 사람들이더군.
가진 것 별로 없는 사람들이나 휘황찬란(輝煌燦爛)한 불빛 아래 값비싼 술과 멋진 음악에 취해 흥청거리며 가진 것 많이 내세우는 사람들이나
하루 세끼 먹고 자고 깨고 투덜거리고 늙고 병(病)들어 북망산(北邙山) 가는 것은 다 같더군.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