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광(李睟光)이 '지봉유설'에서 인용한, 병을 물리치는 여덟 가지 방법[却病八法]을 소개한다.
첫째, "고요히 앉아 허공을 보며 모든 것을 비춰 보면, 생사시비와 이해득실이 모두 망령되어 참이 아니다(靜坐觀空, 照見一切, 生死是非, 利害得失, 皆妄非眞)." 망집(妄執)을 버려 참됨을 깨달아라.
둘째, "번뇌가 앞에 나타나 떨쳐 버릴 수 없거든, 한 가지 통쾌한 일을 찾아서 툭 놓아 버린다. 이른바 경계를 빌려 마음을 조절하는 것이다(煩惱見前, 不能排遣, 宜尋一暢快事, 令其釋然. 所謂借境調心)." 번뇌를 풀어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라.
셋째, "언제나 나만 못한 것을 가지고 스스로 좋게 여겨 느긋하게 풀어준다(常將不如我者, 巧自寬解)." 위쪽만 보면 답이 없다. 나만 못한 처지를 생각하는 여유를 지녀라.
넷째, "조물주는 나를 힘들게 해서 살린다. 병을 만나 한가롭게 지내면 도리어 경사스럽고 다행스러운 일이 생긴다(造物勞我以生. 遇病稍閑, 反生慶幸)." 엎어진 김에 쉬어 가고 병을 원수가 아닌 벗으로 삼아라.
다섯째, "날마다 대나무와 바위, 물고기와 새를 친구 삼아 언제나 초탈하여 자득하는 운치를 지닌다(日與竹石魚鳥相親, 常有翛然自得之趣)." 자연을 벗 삼아 여유와 생기를 간직하라.
여섯째, "추운 계절에는 바람을 조심하고, 음식과 기욕은 담박하게 하며, 생각과 염려는 줄인다. 가고 머물고 앉고 누움에 오로지 내 마음에 맞기만을 기약한다(愼風寒節, 飮食嗜慾澹泊, 思慮減少. 行住坐臥, 惟期自適)." 찬 바람을 조심하고 음식은 담백하고 생각은 적게 하여 쾌적함을 유지하라.
일곱째, "좋은 벗과 친한 친구를 찾아 마음을 활짝 열어 세속을 벗어난 이야기를 나눈다(覓高朋親友, 講開懷出世之譚)." 벗과의 상쾌한 대화로 마음의 찌꺼기를 걷어내라.
여덟째, "병을 괴로워 말고, 죽음을 근심치도 말라. 언제나 마음을 느긋하고 평온하게 갖고 회포를 시원스럽게 갖기를 기약한다(無以病爲苦, 無以死爲患. 常令胸次寬平, 襟期洒落)." 병에 찌들어 죽음의 공포에 짓눌리지 말고 시원스러운 생각을 품어라.
이수광이 한마디를 보탰다. "이 말대로 행한다면 병을 물리칠 뿐 아니라, 양생하여 수명을 늘리는 으뜸가는 약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