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대모님께
"눈은 볼수록 만족지 않고
귀는 들을수록 부족을 느낀다"는
책 속의 말을
요즘은 더 자주 기억합니다
진정
눈과 귀를 깨끗하게 지키며
절제 있는 삶을 살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시대 탓을 해야 할까요
집착을 버릴수록 맑아지고
욕심을 버릴수록 자유로움을
모르지 않으면서
왜 스스로를
하찮은 것에 옭아매는지
왜 그토록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말하려고 하는지
오늘은 숲속에 앉아
수평선을 바라보며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하늘에 떠다니는 흰구름처럼
단순하고 부드럽고
자유로운 삶을 그리워했습니다
저도 그 분의 흰구름이 되도록
꼭 기도해주십시오, 대모님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