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위한 노래
1
여행길에서
집에 돌아올 때마다
나는 다시 태어난다
별이 내리는 저녁
내가 끌고 오는
나의 그림자도
낯선 듯 반갑고
방문을 열면
누군가 꽂아놓은
분홍 패랭이꽃 몇 송이
꽃술을 흔들며 웃는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책장 속의 책들도
손 흔들며 인사하는 나의 방
지친 몸을
침대에 눕히고
두 눈을 감으면
사는 게 고마워서
눈물이 난다
잘못한 게 많지만 천사가 되고 싶은
야무진 꿈 하나
가슴 깊이 심는다
2
이사를 자주 다녔던 어린 시절
<집 없는 소녀>를 밤새워 읽으며
많이 울었다
조금씩 자라면서 나는
넓은 집이 되려 했다
생각이 짧고
마음 좁은 나지만
많은 이가 들어와 쉴 수 있는
따뜻한 집 한 채 되고 싶었다
더 이상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고
서로를 듣지 않으며
모진 말로 나를 외롭게 하는 이도
새롭게 이해하고 용서하며
웃음으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오늘도 계속하는데......
진정 다른 이들을 향하여
활짝 열린 집이 될 수 있을까?
내게 묻는 순간부터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나를 모르는 내가 불안하여
잠시 하늘을 본다
3
땅속의 집은 어둡고 답답할 텐데
나 혼자 외로워서 어떡하지?
오늘처럼 비오는 날
이미 땅속에 묻혀 있는
그대의 마지막 말을 기억한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
돌아가야 할 땅속의 집
별이 없어도 흙냄새 정답고
돌과 이끼 그득한
창문 없는 집
그 집에 들어가 울지 않으려면
땅 위의 이 집에서
많이 웃고 즐겁게 살라고
그대가 속삭이는 말을
나는 분명 들었지
뜻 없이 외우는 기도보다는
슬픔도 괴로움도 견디면서
들풀처럼 열심히
오늘을 살아내는 일이
더 힘찬 기도가 된다고
비에 젖은 채로 속삭이는
그대의 목소리를
나는 울면서 들었지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