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후회
물건이든
마음이든
무조건 주는 걸 좋아했고
남에게 주는 기쁨 모여야만
행복이 된다고 생각했어
어느 날 곰곰 생각해보니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더라구
주지 않고는 못 견디는
그 습성이
일종의 강박관념으로
자신을 구속하고
다른 이를 불편하게 함을
부끄럽게 깨달았어
주는 일에 숨어 따르는
허영과 자만심을
경계하라던 그대의 말을
다시 기억했어
남을 떠먹이는 일에
밤낮으로 바쁘기 전에
자신도 떠먹일 줄 아는 지혜와
용기를 지녀야 한다던 그대의 말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기억했어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