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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마을
밟아 오른 세속의 품계 음계가 되지 못하고
베고 베인 상처로 뒤척이는 길에 서면
초대를 받지 않아도 가고 싶은 마을 있다
습하고 외진 터도 은총처럼 축복처럼
몸 낮춰 어우렁더우렁 다복솔같이 모여 사는
쇠비름 금강아지풀 애기똥풀 깽깽이풀
저마다 켜든 꽃불 타올라서 절창이 되고
그 소리소리 모여서 천상의 화음이 되는
한번쯤 뿌리 내려서 살고 싶은 마을 있다
/추창호
새 꽃, 새 잎으로 세상은 날로 거듭난다. 자연의 순리가 곧 자연스러운 개벽을 이루는 풀꽃들의 마을. '세속의 품계'쯤 상관하지 않고 어깨 겯는 '어우렁더우렁'의 살가운 힘이다.
더불어 사는 풀꽃 마을. 몸 낮추면 '외진 터'에도 은총의 노래가 넘치고 '저마다 켜든 꽃불'들로 연일 '절창'이 터진다. '그 소리소리 모여서 천상의 화음이 되는' 풀동네 꽃동네는 서로를 비추며 더 충만하다. 그런 화음을 맞이할 듯 사람의 마을도 덩달아 분주해지고 있다.
어쩌면 저를 바쳐 축복을 낳는 꽃불[火]들은 다 꽃불(佛)이 아닐지. 그런 꽃불 마음으로 함께할 때 외진 터조차 오래도록 '살고 싶은 마을'로 꽃피지 않을까.// 정수자 시조시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