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때 김반(金泮)이 서장관이 되어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다. 어룡(魚龍)을 그린 족자를 내밀며 제시(題詩)를 청하는 이가 있었다. 그가 붓을 들었다. "가벼운 비단 화폭 그 위에다가, 바람 물결 구름 안개 누가 그렸나? 비단잉어 푸른 바다 번드치더니, 신물(神物)이 푸른 허공 올라가누나. 숨고 드러난 형상은 비록 달라도, 날아 솟는 그 뜻은 한가지일세. 만약에 꼬리 태워 끊는다 하면, 하늘 위의 용이 되어 타고 오르리(誰畵輕綃幅, 風濤雲霧濛. 錦鱗翻碧海, 神物上靑空. 潛見形雖異, 飛騰志則同. 若爲燒斷尾, 攀附在天龍)." 중국 사람이 감탄하고 그를 '소단미 선생(燒斷尾 先生)'으로 불렀다.
시 속의 소단미(燒斷尾)는 고사가 있다. 황하 상류 용문협(龍門峽)은 가파른 절벽이 버티고 서 있다. 거친 물결을 힘겹게 거슬러 온 잉어가 이 절벽을 치올라 가면 용으로 변화하지만 실패하면 이마에 상처만 입고 하류로 밀려 내려간다. 이른바 용문점액(龍門點額)의 성어가 그것이다. 잉어가 용문협을 힘차게 튀어 올라 꼭대기에 다다르는 순간, 머리부터 눈부신 용으로 변모하기 시작한다. 마지막 순간에 하늘은 우레를 쳐서 아직 남은 물고기 꼬리를 불태운다. 소미(燒尾), 즉 꼬리를 태워 끊어 버려야 마침내 잉어는 용이 되어 허공으로 번드쳐 올라갈 수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과거 급제의 비유로 쓴다.
고려 때 이규보(李奎報)도 잉어 그림 위에 쓴 '화이어행(畫鯉魚行)'에서 "염려키는 도화 물결 하늘까지 닿을 적에, 용문에서 꼬리 태워 갑자기 날아감일세(我恐桃花浪拍天, 去入龍門燒尾炎欠飛起)" 하는 구절을 남겼다. 정조 때 이헌경(李獻慶·1719~1791)이 '기몽(記夢)' 시에서 "신물(神物)이 어이 오래 못 속에서 길러지리. 용문협서 꼬리 태운 잉어가 되리라(神物寧久池中養, 會作龍門燒尾鯉)" 한 것도 같은 의미다.
잠린(潛鱗) 즉 물에 잠겨 살던 잉어가 가파른 절벽을 타고 올라 제게 달렸던 꼬리를 태워야 비로소 용이 되어 승천한다. 그리하여 여의주를 입에 물고 신묘한 변화를 일으켜 천지에 새 기운을 불어넣는 영험스러운 존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