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서성이며
백년을 오고 가고
바위야 앉아서도
천년을 바라본다
짧고나, 목련꽃 밤은
한 장 젖은 손수건
/지성찬
나무와 바위의 시간. 그 차이는 엄연하다. 천년 넘게 사는 나무도 많지만 그러한들 앉아서도 천년을 바라보는 바위에 비하랴. 그 사이를 사는 목련꽃은 더 짧다. 꽃이니 짧은 게 당연하지만.
유독 순결한 느낌으로 회자된 꽃. '목련꽃 그늘 아래서~'(박목월 시 '4월의 노래')처럼 노래로도 많이 불렸다. 시에서는 더 다양하게 변주되었다. 돋보이는 꽃 빛 덕에 우아한 여인의 기품으로 격조 있는 흠모도 받아 왔다. 하지만 우아하던 꽃잎도 지는 순간부터 흉하게 색이 변한다. 흰 것에는 때가 더 튀는 법이지만 개화와 너무 다른 낙화의 뒤끝이 께름할 정도다. 뭐든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오래 기려지지 않던가.
그래도 탄식이 절로 터지게 눈부신 백목련. 질감도 도톰하게 흰 '손수건' 같은 꽃잎이 도처를 또 환히 밝혀 섰다. '짧고나' 한껏 피워 올렸지만 몸을 떨구는 즉시 휴지처럼 밟히리라. 그저 눈을 더 깊이 줄 뿐, 곁에 더 머물기를 빌어 무엇 하랴만.//정수자 시조시인/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