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는 피어
실로폰 두드리듯 실개천 풀리는 소리
입덧 같은 산수유꽃 하늘까지 물들이면
해마다 도지는 봄앓이 나는 또 열일곱이다
곰삭은 슬픔이란 때론 꽃밭이어서
수직으로 내려오는 햇살에 내놓으면
내 몸을 질러온 터널, 어지럼증 저 꽃사태
/유영애
이른 봄꽃의 가솔인 산수유꽃이 천지간에 노랗다. 가지를 꺾어 확인할 만큼 생강나무꽃과 닮은 산수유꽃. 그런데 '입덧 같은 산수유꽃'이라니 꽃샘바람 속에 일찍 피는 고역이 더 짚인다. 그렇게 피어난 꽃들이 '하늘까지 물들이면' 봄나들이 발길들도 덩달아 꽃구름을 피운다.
실로폰 두드리듯 실개천 풀리는 소리'에 달뜬 마음은 이미 어느 꽃그늘을 서성이리. '해마다 도지는 봄앓이'를 어쩌겠나. 다시 '열일곱'이 되어 만발한 꽃사태 속을 울렁이며 또 지날밖에. 그러다 보면 '곰삭은 슬픔'도 '때론 꽃밭'이 되나 보다. 한 해 한 해 느는 듯한 아픔도 잘 다독여 가면 언젠가는 꽃으로 피려나.
폭죽을 노래 삼아 봄은 씨앗들에 연일 새 숨을 불어넣을 게다. 여기저기 터지는 산수유꽃 아래 들어서 본다. 올봄은 더 아찔해도 좋으리. 꽃터널 저 앞에 새 빛이 서려니!// 정수자 시조시인/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