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찾기(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내설악에서 길을 잃다

내설악에 눈 내리면

한 폭 수묵화가 된다

 

고고해지기 위해서

길이란 길 모두 덮고

존재의 길을 지우듯

쏟아지는 저 폭설.

 

누가 저 산사에

흰 수()를 놓는 건가.

적설의 계곡에서 아찔하게

헛디디면 오로지 은사시나무 잎만

바람에 흔들리느니.

 

몸 지쳐 고개 드니

둥그렇게 떠 있는 달

무시로 몸속에서

얼음꽃이 피어나고

한 번쯤 폭설 속에서

헤매는 것도 임을 알았다.

/정성욱(1963~)

 

   눈은 역시 설악(雪嶽). 겨우내 백설이 만건곤할 내설악은 적설의 깊이가 다르다. '수묵화''흰 수를 놓는' 듯한 고전적 미감도 어울리는 고즈넉한 곳. 깃들고 싶도록 청정한 눈이 마음을 막 잡아끈다. '잠들기 전에 가야만 할 먼 길'(로버트 프로스트)이 저 어디 있다는 듯.

    아무리 밟아도 진창이 되지 않는 순결한 길. 백담(百潭)을 품은 절에 무금선원(無今禪院)까지 있으니 헤매기엔 그 이상이 없겠다. '무시로 몸속에서 얼음꽃'을 피우듯 자신을 치며 거듭날 때, 무문(無門)의 문고리도 잡을 수 있을까. '한 번쯤 폭설 속에서 헤매는 것도 생임을' 깨닫듯, 끝까지 헤맨 발이 돌아와 걷는 시정의 길 맛도 더 알게 될까.// 정수자·시조시인/조선일보

'시 두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소를 잃지 않고 살 수 있기를  (0) 2017.02.06
入抵密陽 (입저밀양) 밀양에 도착했다  (0) 2017.02.05
미리 쓰는 유서  (0) 2017.02.03
묵은 달력을 떼어내며  (0) 2017.02.02
무지개 빛깔의 새해 엽서  (0) 2017.02.01
Posted by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