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사로 가는 길 양편에 선 우람하고 훤칠한 전나무들을 본 적이 있다. 거대한 침묵의 숲길을 걸어가 본 적이 있다. 수천 개의 바늘이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전나무를 우러러본 적이 있다. 그리고 월정사 대웅전 앞뜰 팔각구층석탑 아래에 가만히 서 본 날이 있다. 언젠가는 백지처럼 환한 대낮에, 언젠가는 기울어지는 석양의 때에, 언젠가는 깨끗하고 원만한 달이 떠오른 한밤중에, 언젠가는 얼음 같은 엄동(嚴冬)의 새벽에. 그 팔각구층석탑 아래 서면 마음이 간절해지기도 했다. 시인은 석탑 맨 위에 낮달이 떠서 또 하나의 층을 이룬 것을 본다. 바람이 하얀 낮달을 밀어온 것을 본다. 그리고 멀리 가는 종소리를 끝까지 듣는다. 무욕(無慾)할 때에만 눈과 귀에 들어와 보고 듣게 되는 것들이다. // 문태준 시인 /조선일보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