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죽
어젯밤 숨죽여 울던
늦비를 품었는지
붉게 불탄 낙엽에
열적게 미끄러졌다
시절의 딴죽만 같아
시치미를 툭툭 턴다
석고붕대 시린 발목에
들러붙는 회한들
마음의 뒤편에 선
바람이 징징거린다
허공을 끌어안으며
오십을 보고 있다. /정옥선
젖은 낙엽처럼 붙어 있으라 했던가. 구조조정 비질에 쓸려나가지 않으려면 자존심쯤은 접을 것. 염치 불구 직장 고수는 가족 때문이다. 그런 낙엽에 넘어지기도 하니 비유도 때에 따라 다르다. 더욱이 비나 눈에 살짝 젖으면 미끄럼판이 따로 없다. 자칫 '석고붕대' 신세가 되니 '들러붙는 회한들'과 '징징'대지 않으려면 꺼진 불만 아니라 떨어진 잎도 다시 봐야 한다.
요즘은 뜨고 지는 입들의 살얼음판. 철 지난 딴죽인가 싶어 보면 사실의 확인이다. 불과 며칠 전에 한 말 뒤집기도 다반사지만 되감기 판독이면 딱 걸린다. 만인 앞에서 결연히 발표한 큰 약속의 모르쇠는 여전히 모르쇠지만. 그조차 계산된 자가 딴죽인지, 모면과 조정의 방편인지, 되짚기도 너무 고단하다.
다만 천명은 두려울지니, 하늘이며 바닥을 두루 살필 일이다. 오십(知天命)이 지났다면 그럴수록 더더욱.//정수자 시조시인/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