七十吾身見得親(칠십오신견득친)
나 자신이 일흔 살 되고 보니
古稀詩句始知眞(고희시구시지진)
옛날부터 드문 나이라던 시구가 맞는 말임을 알겠구나.
坐間談笑皆新面(좌간담소개신면)
자리에서 담소 나누는 이들은 모조리 새 얼굴,
夢裏團圓是故人(몽리단원시고인)
밤마다 꿈에서 죽은 벗을 본다
遼鶴不須悲舊郭(요학불수비구곽)
요동의 학처럼 고향 찾아와 슬퍼할 것까지는 없어도
隙駟誰使駕奔輪(극사수사가분륜)
빠른 말처럼 달리도록 누가 세월을 재촉하나?
餘存幾個猶難會(여존기개유난회)
남아 있는 몇 사람도 이제는 모이기 힘들어
落落疏星散似晨(낙락소성산사신)
새벽 별 드문드문 반짝이듯 흩어져 사누나.
경현(警玄) 김효건(金孝建·1584~1666)이 70세를 넘겨 시를 썼다. 그는 83세를 살았고, 아내는 93세, 그 아들은 94세를 살아서 장수한 가족이었다. 지금도 드문 일이니 당시에는 정말 보기 힘든 일이었다. 장수하여 좋다고들 하지만 몸소 겪어보니 좋은 것만도 아니다. 벗들이 모두 저세상으로 떠나 혼자만 남게 되어서다. 어디를 가든 낯선 젊은이들 틈에 늙은이 혼자 끼어 있으니 노인네 대접을 받아도 외롭다. 그 외로움은 겪어본 자만이 안다. 며칠 동안 꿈속에 옛 친구들이 자꾸 나타났다. 꿈에서나마 만났더니 외로움이 조금 가셨다. 그래도 오래 사는 자의 외로움은 끝내 벗어날 수 없다. 새벽 하늘에 듬성듬성 흩어져 있는 별들의 쓸쓸함을 친구들도 느낄는지 모르겠다.//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