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김수영(1921~1968)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살아 있다는 것은 나른한 나태를 극복하는 것이며,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자유 생명의 지위를 지키는 일이요, 어둠과 부정과 허위와 속악함에 맞서는 것이다. 비겁하게 뒤에 숨지 않는 것이다. 자신을 쉼 없이 반성하여 바로 세울 줄 아는 것이며, 자신을 무너뜨려 기꺼이 변화시킬 줄 아는 용기가 있는 것이다.
김수영 시인은 시와 삶을 일치시키려고 치열하게 살았던 시인이었다. 그의 시는 고매한 정신의 푯돌로서, 곧은 소리로서 여전히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1921년 11월 27일에 김수영 시인이 태어났으니, 어제는 그가 태어난 지 아흔다섯 번째 해가 되는 날이었다.// 문태준 시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