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천(乃城川)의 가을
경북 봉화 내성천변
차 안에서 일박(一泊)하고
젖은 몸을 말리려
너럭바위에 누웠는데
새하얀 조각구름
하나 저 혼자 몸을 빈다
문수봉 혼자 넘던
큰고니 같았다가
갈대숲을 휘젓는
오목눈이 울음 같더니만
보육원 동무 얼굴처럼
가뭇없이 흩어진다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은 망망대해 같아서
그 바다에
눈물 마른 나뿐이라
생각하는데
검붉은 고추잠자리가
내 이마를 짚고 난다.
/김윤철
여위는 가을 천변 차 안에서 혼자 일박을 한 사내의 외로움이 우묵하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는 말도 있지만 누구에게나 고독을 더 안기는 계절. 주어진 만큼 익히고 물들이고 떨어지며 제 몫을 다하는 자연의 소임 앞에 서면 더 보잘것없이 쓸쓸해지기도 한다.
그런 즈음 너럭바위에 누워 망연히 올려다본 가을 하늘. 드넓은 '망망대해'에서 '큰고니'를 보다가 '오목눈이 울음'을 보다가 '보육원 동무 얼굴'을 보는 외로움에 같이 먹먹해진다. 그 얼굴마저 '가뭇없이 흩어'질 뿐 그리움 톺아보는 곁에는 바람만 가득한 그때. 세상에 '눈물 마른 나뿐'임을 되작이는 '이마를 짚고' 사뿐 나는 고추잠자리가 있다! 삶은 혼자가 아니라는 듯.// 정수자 시조시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