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역사학자였던 랑케가 산책하던 중 동네 골목에서 한 소년이 울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우유배달을 하는 소년이었는데 실수로 넘어지는 바람에 우유병을 통째로 깨뜨린 것이었습니다. 소년은 깨진 우유를 배상해야 한다는 걱정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엉엉 울고 있었던 것입니다.
랑케는 울고 있는 소년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얘야, 걱정하지 마라라. 지금은 내가 돈을 안 가져와서 줄 수 없다만 내일 이 시간에 여기 나오면 내가 대신 배상해주마."
집으로 돌아온 랑케는 한 자선사업가가 보낸 편지를 받았습니다. 편지 내용은 역사학 연구비로 거액을 후원하고 싶으니 내일 당장 만나자는 것이었습니다.
랑케는 너무 기뻐서 어쩔 줄 몰랐지만, 순간 소년과의 약속을 떠올렸습니다.
그 자선 사업가를 만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먼 길을 떠나야 했기 때문에 소년과의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랑케는 망설임 없이 자선사업가에게 다른 중요한 약속이 있어 만날 수 없다며 편지를 써서 보냈습니다. 랑케는 큰 손해를 감수하면서 소년과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랑케의 편지를 받은 자선 사업가는 순간 상당히 불쾌했지만 전후 사정을 알게 된 후에는 더욱 랑케를 신뢰하게 되었고, 그에게 처음 제안했던 후원금 액수보다 몇 배나 더 많은 후원금을 보냈습니다.
랑케에게는 역사학 연구보다 한 소년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어느 것보다 더 소중했던 것입니다. 눈앞의 커다란 이익을 저버리면서까지 약속을 소중히 지켰기에 소년은 절망 속에서 희망을 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선 사업가는 랑케의 더욱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작은 약속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따뜻한 세상이었으면 참 좋겠습니다./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