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에는
그 말의 냄새가 나지
오래 묵은 젓갈같이 새그러운
그것은 구걸의 한 양식
그것은 마치
몹시 배가 고플 때
내가 나에게 속삭이는 말과 비슷해서
그 말은
냄새의 한 장르이기도 한데
여름날 내가 바닷가에 누웠을 때
햇빛이 내게 오는 것과 비슷한 일이거나
피부가 알아들을 수 있는 속삭임 같기도 해
묻지 않아도 아는 건 아무도 묻지 않듯이
그게 어떤 냄새인지 누구나 알듯이
너를 사랑해 /류경무
류경무 시인이 "언젠가 교차하는 환승 버스에서// 당신 얼굴 잠깐 비치기도 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고 쓴 시구를 읽다가 나는 시집을 내려놓고 맥 풀린 사람처럼 한참 앉아 있었다. 가슴에, 마음의 내부에 사랑의 언약들이 가득 차고, "가끔 당신을 읽다가/ 가끔 당신을 덮다가" 하던 시절이 있었다.
사랑은 설레며 붉은 뺨으로 오지만, 틀어져서 맞지 아니하고, 뜻하지 아니하게 갑자기 사라진다. 그러나 사랑으로 인해 상처받는 일을 두려워하지는 말 일이다. 아직도 "쫓기는 가젤처럼 솟아오르는 새잎"을 보면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문태준 시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