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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미안하단 말씀이 더 가슴 아픕니다 

'당신은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입니까?' 라고 묻거나 혹은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싶다면 어느 때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으면 나는 주저 없이 중 3때를 말하곤 했습니다.

 

학교 3학년. 그때를 내 인생의 방향을 바꾼 가장 어두운 때. 그렇게 저는 서른넷이 먹도록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어두운 때를 보낸 것은 부모님 때문이었다고 늘 가슴속에 묻고 있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공부를 썩 잘해 당연히 인문계로 진학을 할 줄 알았던 저는 형편이 어렵고 오빠도 대학을 보내야 하니 네가 양보를 했으면 하는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포기할 수 없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음속은 늘 불안 불안하여 어머니 눈치를 보며 3학년 가을을 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을이 끝날 무렵 진학통지서를 들고 아빠에게 인문계를 갈 테니 도장을 찍어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때 아빠께서는 허리를 다치셔 집에서 몸조리를 하던 중이셨습니다. 어렵게 몸을 일으키시던 아빠는 자분자분 저에게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네가 이해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아빠의 조용조용하신 음성과 엄마의 고단한 몸을 생각하며 저는 결국 상고진학을 했고 밝고 명랑했던 성격은 침울하고 우울한 아이로 변하게 하였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저는 적응을 못함은 물론이거니와 공부는 잘해서 무엇 하냐. 나는 돈이나 벌다 죽을 꺼다. 라는 반항 섞인 생각으로 부모님의 속을 적지 않게 썩혀 드렸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을 하게 되었는데 취업해서 들어간 부서가 사내 대학원에서 교재를 제작하는 일이었습니다. 회사 다니며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약간의 맘에 동요를 일으킨 저는 공부를 시작해 유아교육과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등록금을 마련해 대학을 다니다 보니 부모님에 대한 원망은 더할 나위 없었습니다. 그리고 철없게도 내가 하는 원망은 당연한 것이다. 라는 오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졸업 후 좋은 직장에서 교사생활을 하고 또 좋은 신랑을 만나 결혼도 하고 지금은 알콩 달콩 아이를 키우며 여유롭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와 빈대떡을 붙여먹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자기 눈시울을 붉히시던 엄마는 그때 일, 내 맘속 깊은 곳에 있던 어둡고 창피한 이야기를 꺼내시고 계셨습니다.

  

지금도 가슴에 맺혀있다고. 공부하고 싶은 애한테 너무 미안했다고. 이렇게 잘 사니 너무 고맙다고. 눈물을 흘리면서 얘기를 꺼내는 엄마를 한참이나 부둥켜 안고 울었습니다. 그리고 몇 해동안 가지고 있던 엄마와 아빠에 대한 원망도 봄눈 녹듯 풀어져 내렸습니다.

 

미안하다고 얘기하시는 엄마에게 너무나 죄송했습니다. 눈물이 자꾸 나네요. 못되게 굴고 반항하며 속썩여드릴 때 마다 공부 못시킨 죄로 그 원망을 다 참아내셨던 우리 부모님. 서른넷이 되어서야 부모님의 참 사랑을 알게 되어 부끄럽습니다. 엄마 아빠 너무 너무 사랑합니다. /MBC라디오 여성시대에서-









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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