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일

시 두레 2015. 12. 27. 05:29

글 찾기(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기일

                    서울로 태국으로 아들 손자 다 떠나

                    고향 달빛 몇 사발로 제사상을 차렸네

                    나 혼자 제관이 되어 고즈넉이 절을 하네

 

                     오십 년 그 세월도 난 한 촉 피는 사이

                     상 차리던 당신이 영혼으로 다녀간 밤

                     내 집에 자정의 만찬 설거지하고 가겠네

                     /이용상(1934~2015)

 

     깨끗한 마감은 모두의 소망이다. 특히 생의 마감은 잠자듯 하고 싶다고들 되뇐다. 목욕 후 옷 다 갈아입고 잠에 들더니 그대로 떠나는 구순(九旬)의 맑은 복도 봤다. 얼마 전까지 '고향 달빛 몇 사발로' 아내의 '제사상을 차'리던 노시인도 순간이동처럼 고요히 저세상으로 건너갔다고 한다.

     생전에 '상 차리던 당신이/ 영혼으로 다녀간 밤'이면 '당신'은 또 얼마나 간절히 불렀을까. 그런데 '오십 년 그 세월도/ 난 한 촉 피는 사이'라니! 그동안 '혼자 제관이 되어/ 고즈넉이 절을 하'던 노시인도 이제는 혼자가 아니리. 긴 그리움의 해후에는 난도 오래 피려니 오붓이 누리시길.

     하지만 시인과 벗하던 '고향 달빛'은 한참씩 쓸쓸하겠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올해 '자정의 만찬/ 설거지'는 어느 때보다 환히 하고 가겠네. 제기(祭器)라도 씻듯 달빛이 더 푸르게 부서지는 한겨울밤에. // 정수자 시조시인 /조선일보

'시 두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십이월(十二月)  (0) 2015.12.29
京國(경국)서울에 살다보니  (0) 2015.12.28
성탄절을 앞두고  (0) 2015.12.26
크리스마스와 우리 집  (0) 2015.12.25
꽃마음 별마음  (0) 2015.12.24
Posted by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