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아 내 뒤를 따라 오렴
먼 길을 돌아와 얼마쯤 일까? 산모퉁이 자갈길에 다리가 무거워서 가던 길을 쉬어갈까 두리번거리지만 내 쉴 마땅한 곳이 보이지 않아 바위 위에 걸터앉아 노을 진 석양을 바라보며 가픈 숨을 몰아쉬니 지나온 한평생 너무 허무하다.
젊음의 시절엔 그 세월이 더디 가기에 어서 가자 세월아 재촉도 했었는데 속절없이 변해가는 내 모습에 살아온 지난 일들이 후회와 아쉬움만 더덕더덕 쌓이고 남은 길은 저만치 눈에 어린다.
걸어온 그 험난한 길 위에 내 흔적은 얼마나 남아 있을까? 뒤 돌아보니 보잘것없는 삶이였기에 작은 마음만 미여지는 것 같다. 줄어드는 꿈이라 이 길을 멈춰 설수 없다 해도 육신에 허약함을 어이 감당해야 하나!
가는 세월아! 너도 쉬엄쉬엄 쉬였다 내 뒤를 따라 오렴. 세월아. 세월아 야속한 세월아! 이제 따라 가기도 힘이 드는구나. 우리 좀 쉬엄쉬엄 갈 터이니 우린 두고 너만 가거라. 미워 할 수도 뿌리 칠 수도 없는 세월아 한평생 너 따라 숨 가쁘게 달려오며 미운 정 고운 정 뒤섞인 너와 우리, 이젠 우리 두고 너만 가거라. 우리 이 모습 이대로 살아온 세상 뒤 돌아보며 너털웃음 깔깔 대며 여기 머물러 오래 오래 살고 싶구나. 이젠 우린 두고 너만 가거라. /좋은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