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래길 첫사랑
깊고 푸른 바닷속
그리운 사람에게
편지 몰래 건네주고
막 돌아오는 길인가 봐
얼굴 저렇게
단감 빛인 걸 보면. /고두현
남해에 가서 바래길을 걸어본 적 있다. 어머니들이 물때에 맞춰 바닷가에 나가 고둥이나 파래, 미역을 캐오던 그 길을 남해 사람들은 바래길이라 불렀다고 한다. 생계를 위해 바닷가를 오가면서 어머니들은 낮 시간의 쪽빛 바다와 석양 때의 단감 빛 바다를 보셨을 것이다.
우리 마음의 내부도 깊고 푸른 바닷속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그 마음속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산다고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속을 잠깐이라도 보여줄 때에는 얼마나 두근거리고 일렁일까. 바다도 하루에 한 번씩은 설레어 단감 빛의 얼굴로 물든다고 말한다. 마음이 들떠 기쁜 때에는 사랑하고 있는 때이다. // 문태준 시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