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물을 마신다
물 한 그릇을 창가에 놓아둔다
갈증이 가신다
밤이 좋은 까닭이다
달뜨지 않는 밤에도
깜깜 내 속에는 달[月]이 밝으니까
동리 운수도인(東里 雲水道人)께서
명월여시(明月如是) 넉자를 써 주신 본뜻이리. /유안진
맑은 물 한 그릇을 떠서 교교한 달빛이 내리는 창가에 두었더니 어느 틈에 벌써 갈증이 가셨다는 이 시구는 그윽한 흥취가 있다. 썩 밝고 깨끗한 빛은 몸의 목마름뿐만 아니라 마음속의 갈증도 가시게 한다.
달이 뜨지 않는 밤에도 시인의 마음속에는 달이 솟아올라 탁 트이고 시원하게 밝다고 말한다. 그 이유인즉 작고한 소설가 김동리 선생께서 생전에 시인에게 '명월여시(明月如是)'라는 글귀를 써주셨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공산(空山)에 외로이 비치는 밝은 달처럼 우리의 마음속에도 명월(明月)이 있음을 잊지 말라고 써주신 것이리라. 마음속에도 본디부터 명월(明月)이 있음을 잊지 말아 그 원만한 달처럼 모난 데가 없이 부드럽고 너그럽게 살라고 당부하신 것이리라.//문태준;시인/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