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판을 들고

시 두레 2015. 7. 4.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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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판을 들고
                                        
식판을 들고 줄을 서서 기다릴 때면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는,
진실로 하찮은 나를 만난다
더구나 그것이 돈을 받지 않는 공짜 밥일 때
소비에트 수용소
이반 데니소비치를 생각한다

그가 몰래 감추어 둔 200g의 빵을
천하에 부러울 것 없는 
그의 행복을 생각한다
거기 대면 황제도 부럽지 않건만
왜 이렇게 마뜩치 않은가
겨우 밥을 먹기 위하여 서 있는 육신
밥이나 먹으려고 목을 빼는 정신
왜 이렇게 공복감은 때마다 와서
빈 그릇을 들고 차례를 기다리는 우리들은
너나없이 수용소의 무기수일 뿐
출옥할 날짜를 안들 무슨 소용 있으랴
다만 온순하게 복역 중이라는 걸 알게 된다

누웠든 앉았든 줄을 섰든 어쨌든
나는 언제나 식판을 들고 있다
줄을 서서 기다린다
 
/이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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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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