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판
푸른 물감 칠하는 오월
홀로 산길을 내려오는데
빈 산의 적막을 꼬집는 귀신 울음
휘휘 호호
휘휘 호호
등 뒤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발걸음 뗄 때마다 휘휘 호오
등골에 오싹 소름 돋던 어린 시절 추억
으스스한 그 소리
이순(耳順)을 넘긴 오늘 산길에서 마주친
휘이 호오 휘이 호오
죽음도 초월할 나이에 귀신울음인들
무서울까 보냐
귀신아 재미있게 한판 놀아볼까?
나도 취파람 소리불어 귀신 흉내를 내자
그놈 끈질기게 뒤따라 붙어
산 밑 농막 근처까지 따라붙어
귀신놀음 즐기는 너를
나는 알지
요, 깜찍한 새야
/임봉주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