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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봄비에 대한 표현만으로도 이미 빼어나다. 수염처럼 뻗어 나온 파의 뿌리를 가늘게 내리는 봄비에 빗대었다. 그리고 그것을 고양이의 발걸음에 연결했다. 봄비는 실로 요란하지 않다. 세계를 천천히 적셔 그 뿌리를 기른다. 가만가만히 움직인다. 맥이 서서히 풀리듯이. 이 시를 읽으면 요절한 시인 이장희가 생각난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라고 썼던 시인 이장희가 생각난다. 이장희의 호(號)도 고월이었다. 봄비가 조용조용하게 살아 움직이는 듯한 섬세한 감각도 좋지만 봄밤의 달이 하얀 원고지의 빈칸에 갇혔다는 표현 자체도 뛰어나다. 갇힌 듯하지만 흰빛으로 맥박이 뛰는 봄밤의 달이라니. //문태준·시인/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