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소리
민화투 수다패 두고 방금 돌아온 어머니
뜨개질 동전 지갑 버선목처럼 뒤집고
하나, 둘,
세는 소리에 저녁이 건너옵니다
아들 딸 자랑하다 눈이 먼 동전들이
앞뒷집 할머니 무료한 시간을 끌고
두 평 반
어머니 고요도 짤랑, 흔들고 갑니다 /권영희
어둠이 일찍 찾아드는 겨울. 삼동은 저녁도 밤도 길기만 하다. 눈까지 쌓이면 밖에 나갈 수 없는 어른들은 겨울이 어느 때보다 무료하고 적막하다. 낮도 밤이고 밤도 밤이고 나날이 똑 저승 같다고―. 그럴 때 십 원짜리 민화투라도 잡으면 하루를 조금 수월히 넘긴다. 그러지 않으면 안 아픈 데 없이 앓는 소리만 높아질 뿐. 청단이네, 홍단이네, 웃고 떠들다 보면 아픔도 외로움도 잊게 되고, 적막강산 세월도 조금은 물러선다.
얼마나 땄나, 세어보는 것 또한 작은 낙이다. 따봐야 막걸리 값이나 될까 하는 정도지만, 하루 품처럼 소일한 대가를 따져봐야 하는 것. 그렇게 '동전 세는 소리에 저녁이 건너'오는 집은 얼마나 안온한지, 날 세우던 칼바람도 눅일 것만 같다. 어느 집에선가 오늘도 김치찌개 끓는 소리 속에 "하나, 둘" 동전 세는 소리가 들려온다면, 그 불빛에 한참 귀 대고 싶다. /정수자 ;시조시인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