뜯어진 저 실밥들의 무료배식 긴 행렬 /손영희 이른 추위가 치고 가면 겨울 준비가 급해진다. 가볍고 따뜻한 이불을 찾다 거위털 이불 앞에서 머뭇거린다. 언제부턴가 다른 존재의 털에 기대 겨울을 나는 사람들. 폄하의 말에 '짐승'을 함부로 붙이면서 추위는 그 짐승의 털로 넘는다는 생각에 슬쩍 미안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름도 낯선 다후다 이불은 좀 다르겠다. 예전 민박집에서 만난 미묘한 촉감, 그 '민무늬 다후다 이불'이 길가에 버려진 채 '비탈 한 뼘'을 덮고 있다. 누군가의 '성긴 잠'을 꾸렸던 이불의 노릇이 있다는 듯, 그게 마지막 소명이라는 듯. 그렇게 함부로 버려진 이불에 겹치는 또 다른 '뜯어진 실밥들'…. '무료배식' 행렬이 더 늘면 어쩌나, 추운 사람들이 길게 돌아 뵈는 겨울 입구다. /정수자:시조시인/그리:박상훈/조선일보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