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후다 이불

시 두레 2014. 11. 22.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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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후다 이불

 

                1
                2차선 국도변 민무늬 다후다 이불
                장롱이며 냉장고 이삿짐 보듬고 와

                순순히 자리 내어주고
                비탈 한 뼘 덮고 있다

                저 남루 끌어다가 한 잠 푹 자고 싶다
                누벼온 생의 이력 비록 한 줄뿐이어도

                누군가 성긴 잠들을
                꼭꼭 다져 꾸려 왔을,

                 2
                수척한 가로등이 제 발등만 찍는 저녁
                도시의 칼바람을 맨몸으로 맞고 있는

                뜯어진 저 실밥들의
                무료배식 긴 행렬    /
손영희

 

   이른 추위가 치고 가면 겨울 준비가 급해진다. 가볍고 따뜻한 이불을 찾다 거위털 이불 앞에서 머뭇거린다. 언제부턴가 다른 존재의 털에 기대 겨울을 나는 사람들. 폄하의 말에 '짐승'을 함부로 붙이면서 추위는 그 짐승의 털로 넘는다는 생각에 슬쩍 미안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름도 낯선 다후다 이불은 좀 다르겠다. 예전 민박집에서 만난 미묘한 촉감, 그 '민무늬 다후다 이불'이 길가에 버려진 채 '비탈 한 뼘'을 덮고 있다. 누군가의 '성긴 잠'을 꾸렸던 이불의 노릇이 있다는 듯, 그게 마지막 소명이라는 듯. 그렇게 함부로 버려진 이불에 겹치는 또 다른 '뜯어진 실밥들'…. '무료배식' 행렬이 더 늘면 어쩌나, 추운 사람들이 길게 돌아 뵈는 겨울 입구다.

    /정수자:시조시인/그리:박상훈/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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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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