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알의 붉은 사과가 여기 있다. 가을이 우리에게 따서 준 것이다. 시인은 한 알의 사과 속에 구름과 대지와 강과 태양과 달과 별과 땀과 사랑이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여럿이 애를 써서 한 덩어리의 사과를 익게 했다는 것이다. 바람과 흙과 물과 볕과 달빛과 농부의 일하는 손이 힘을 합해서 서로 도울 때 한 알의 사과가 온전하게 익는다는 것이다. 어떤 결실을 독차지하려는 사람이 더러 있다. 그런 사람에게는 인심이 돌아선다. 어떤 일의 성사(成事)가 은덕(恩德)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다른 사람의 딱한 처지를 헤아릴 줄도 알아 인심을 얻는다. 봄으로부터 이 시월의 시간까지 내가 이룬 일들을 되짚어보니 빌려 온 것과 얻어 온 것들만이 있을 뿐이다. /문태준;시인/그림;이철원/조선일보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