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알의 사과 속에는
한 알의 사과 속에는
구름이 논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대지(大地)가 숨 쉰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강이 흐른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태양이 불탄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달과 별이 속삭인다.
그리고 한 알의 사과 속에는
우리의 땀과 사랑이 영생(永生)한다.
/구상(1919~2004)
한 알의 붉은 사과가 여기 있다. 가을이 우리에게 따서 준 것이다. 시인은 한 알의 사과 속에 구름과 대지와 강과 태양과 달과 별과 땀과 사랑이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여럿이 애를 써서 한 덩어리의 사과를 익게 했다는 것이다. 바람과 흙과 물과 볕과 달빛과 농부의 일하는 손이 힘을 합해서 서로 도울 때 한 알의 사과가 온전하게 익는다는 것이다.
어떤 결실을 독차지하려는 사람이 더러 있다. 그런 사람에게는 인심이 돌아선다. 어떤 일의 성사(成事)가 은덕(恩德)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다른 사람의 딱한 처지를 헤아릴 줄도 알아 인심을 얻는다. 봄으로부터 이 시월의 시간까지 내가 이룬 일들을 되짚어보니 빌려 온 것과 얻어 온 것들만이 있을 뿐이다. /문태준;시인/그림;이철원/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