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꽃 핀 자리

시 두레 2014. 9. 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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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꽃 핀 자리


          올해 핀 사과 꽃은 아물지 않은 총상 같소

          못 다 열고 저문 이들 작은 손 맞잡고
          산 자는 목메고 마는 흰 밥 한 상 차렸소

          바람결에 실려 온 눈물 젖은 숨소리를
          품에 안고 다독이는 꽃들 앞에 부끄러워
          진 자리 붉은 응어리는 내 어찌 보겠소
/이재경

 

 

   빨간 사과가 나올 즈음이면 하늘이 한층 파랗게 높아진다. 유독 빨갛게 반짝이는 홍옥을 진열한 작은 가게들을 지날 때마다 침이 고이는 초가을. 사과를 베어 물면 피곤에 지친 하루가 문득 새뜻해지곤 했다. 삽상한 바람과 햇살과 땀내가 키워낸 사과의 그 아삭하고 달콤한 맛에 세상살이도 한층 향기로워지는 것이었다.
   그런 사과를 매달아야 할 꽃이 '아물지 않은 총상' 같다니! 사과꽃이 아무리 '흰 밥 한 상'을 뿌듯하게 차려낸들 목이 멜밖에―. '못 다 열고 저문 이들'이 많아 꽃을 바로 보기조차 힘들었던 탓이다. 게다가 너무 이른 추석도 걱정인데 폭우까지 덮쳐 도처가 '붉은 응어리'다. 그래도 우리는 '진 자리'에 꽃을 피워낸다. 흙탕물 들이쳤던 집안을 씻고 짓이겨진 밭에도 씨를 다시 뿌린다. 덜 익은 사과들도 용을 쓰며 저의 마지막을 익히려니―.//정수자;시조시인/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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