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

시 두레 2014. 7. 1.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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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

       새싹은 하나의 이념
       가장 깊이 이르러서
       가장 얕은 곳으로 올 줄 아는 이의 약속이다

       우주 이래, 지구 이후
       흘러온 기억이 개화할 때
       쪼그려 앉아 귀를 세우고
       아주 멀리서 왔으므로 무척 작아진 소리를 듣는다

       우주에서 음표 하나가 빠져나와서
       이토록 작고 푸르다

       불가사의는 하찮게 실현되고 이념은 클수록 소박하다
       햇볕 속에 단 하나의 세계를 건설하고
       음악으로 돌아갈 것이다  /
김주대


   새로 돋아나는 푸른 싹은 하나의 기적이다. 작고 여린 새싹은 비록 얕은 곳에서 태어나지만 헤아릴 수 없이 멀고 깊은 곳으로부터 왔다. 아득한 우주로부터 이곳까지 왔다.
   소란과 이별과 죽음의 바닥으로부터 그 끝에서부터 다시 왔다. 큰 슬픔을 앓은 폐허의 가슴으로부터 다시 왔다. 다시 와서 스스로를 열어젖히고 갱신한다. 소박하게 첫 번째 자리로 돌아와서 미래를 쌓아올린다. 힘을 다하여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서는 손을 털고 크고 허허로운 허공으로 주저 없이 돌아간다.
   오늘이 막막해 주저앉은 그대여, 돌아와 다시 숨 쉬며 살아 있는 새싹을 보아라. 이제 그대는 다시 그대를 회복할 시간이다.

    /문태준;시인/그림;유재일/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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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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