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障(청송장) 푸른 소나무 울타리
翠黛連窓窈作林(취대연창요작림)
짙푸름이 창 앞까지 이어져 그윽한 솔숲을 이루네. 小風吹雨一庭陰(소풍취우일정음) 산들바람 불어오면 빗소리를 내며 뜰에 온통 시원함을 뿌리네. 縱成屈曲當前障(종성굴곡당전장)
문 앞에서 구불구불 울타리로 굽히고 있도 不忘升騰向上心(불망승등향상심)
솟구쳐 하늘로 오르려는 희망 잊은 적 없네. 闤闠敎遮煙色遠(환궤교차연색원)
도심 쪽을 가로막아 뽀얀 연기를 멀리 몰아내지만 枝柯偸豁月光侵(지가투활월광침)
가지 사이는 툭 트여서 달빛이 쏟아져 들어오네. 幽禽認是屛間畵(유금인시병간화)
호젓한 새는 병풍 속 그림으로 알련마는 怪底時時送好音(괴저시시송호음) 이상도 해라. 고운 노래 때때로 들려주네.
정조 때의 명재상 채제공(蔡濟恭·1720~1799)이 혼인한 직후 지었다. 서울역 뒤 처가에 머물 때였다. 그 집에는 노송을 구부려 만든 생울타리, 곧 취병(翠屛)이 있었다. 울타리는 작은 솔숲을 이뤄 바람이 조금 불어도 쏴 소리를 내며 온 집 안에 시원함을 선사한다. 도성 안의 붉은 먼지를 막을 만큼 빽빽하지만 가지 틈은 넓어 달빛이 마구 쏟아져 들어온다. 하지만 그 멋진 풍경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소나무를 비틀고 구부려 만들어서다. 그래도 굽은 저 소나무는 하늘로 솟구쳐 쭉쭉 뻗으려는 본성을 결코 잊지 않았다. 지금은 몸을 굽히고 있을지라도 언젠가는 하늘을 향해 솟구치리라. 나 아직 젊으니 그것을 기억해라!
/안대회: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