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성이 맑게 된다
며칠 전 순천 장에 갔다가 돌아오는 차안에서, 내 옆자리에서 고3생이 시집을 펼쳐 들고, 읽는 걸 보고, 나는 적지 않은 감동을 받았다.
시를 읽는다는 당연한 이 사실이 새삼스레 기특하고 신기하게 여겨질 만큼, 오늘의 우리들은 너무 메말라버린 것이다. 그는 청마의 < 행복>을 읽고 있었다.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창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 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듯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르겠다.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시를 읽으면 품성이 맑게 되고, 언어가 세련되어 물정에 통달하니 수양과 사교 및 정치생명에 도움이 된다. 시를 읽지 않은 사람은 마치 바람벽을 대한 것과 같다. 공자의 말이다, / 법정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