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한파가 맹위를 떨친다. 몸은 춥고 산천의 풍경은 참담하다. 하긴 참담하지 않고서야 어디 겨울이랴. 12월 22일이 동지(冬至)라고 한다. 겨울의 한 극점이다. 시도 제철이 있다. 지금이 이 시를 펼치기에 적합한 때다. 교과서로도 공부한 너무나 유명한 시지만 어금니를 지그시 물고 눈을 감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시 읽어 마음을 적신다.
살아 있는 모든 것 숨죽여 숨어버린 깨끗한 추위의 북방 고원 위에서 개결(介潔)한 정신 하나만이 오직 칼바람과 함께 서 있다. 더 이상 물러서거나 내디딜 수 없는 자리, 무릎을 꿇어야 할 방향마저 알 수 없는 시공(時空)의 중간 어디쯤이다. 연암 선생의 호곡장(好哭場)이 연상되는 광활한 터전의 극한(極寒)이다. 그러한 자리에 서봄으로써 자신을 그 크기와 높이로 확장하려 했던, 용맹한 정신은 우리네 우범한 사람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그만한 온몸 체험의 겨울을 '강철로 된 무지개'라고 힘겹게 발음하는 긍정의 독백은 절정(絶頂)이 곧 동지이며 엄혹 속에서도 깊고 먼 데에 초인(超人)의 희미한 그림자가 드리웠음을 예감한 그것이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보'는 지혜가 긴요한 시절이다.
/장석남 시인·한양여대 교수/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