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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稷北移居(직북이거)사직동 북쪽으로 이사하고

 

苦被催租急  (고피최조급) 세금을   납부하라  너무 시달려

謀窮賣及家  (모궁매급가) 견디다 못 견뎌서   집을 팔았네.

 

外非茅代瓦  (외비모대와) 겉보기엔  초가 아닌 기와집이나

小是蟹成蝸  (소시해성와) 작기가게딱지에 달팽이 집일세.

 

今可門看客 (금가문간객) 손님 맞을 대문 꼴은 제법 좋아도

全無地揷花 (전무지삽화) 꽃을 심을 땅뙈기는 전혀 없구나.

 

明年霖雨至  (명년임우지) 내년에  장맛  비가 오고 난 뒤면

耕種富生涯  (경종부생애) 밭을 갈아 살림살이 넉넉해질까?

/장혼(張混·1759~1828)

 

   정조 순조 시대의 저명한 출판가 이이엄(而已�) 장혼의 한탄이다. 서울에서 나고 산 서울내기 장혼은 멋진 집을 갖고 싶은 소망을 평생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소망을 이루기는커녕 세금에 시달려 갖고 있던 집마저 팔고 변두리로 밀려나는 신세가 되었다. 이사한 집이 기와집에 문이 번듯하여 남 보기에는 괜찮을지 몰라도 게딱지만 하여 꽃 하나 심을 공간도 없다. 내년 여름에는 살림이 좀 나아질까 다시 꿈을 꾸어본다.

   그래도 남보다는 조금 여유로웠던 그다. 주택난이 심했던 당시에 한양의 중산층도 갈수록 팍팍해지는 살림에는 집을 줄여가는 일이 적지 않았나 보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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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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