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역섬

외통넋두리 2008. 6. 19.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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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역섬 白島

1596.001115 희역섬 白島​

단조로운 백사장이 끝없이 이어진 바닷가에 와있다.

‘희역섬’을 눈앞에 두고 남으로는 ‘말구리’, 북으로는 ‘금란리’, 양 끝을 이은 하얀 모래밭이 양산(洋傘) 끝자락처럼 완만히 휘어져서 실오라기 같은 파도를 담아낸다. 수평선을 늘릴 수 없어서 모래밭을 일구는 바다와 산을 헐어서 바위를 만들고 바위를 쪼개어 흙을 만들고 마침내 흙을 씻어 만든, 대지의 끝 모래와 구름이 머물 자리, 하늘이 있을 뿐이다.

수평의 양방(兩方)이 햇빛에 녹아서 푸른지, 지평의 삼방(三方)이 달빛에 스며서 파란지, 하늘의 천방(千方)이 별빛을 삼켜서 해맑은지, 내 고향 바닷가, 여기 내가 선 자리에선 삼색이 어울려 한눈에 출렁인다.

우주의 중심이다.

공허한 곳에 오직 하나. 내게 위안이 되고 볼거리가 되고 말하고픈 섬, ‘희역섬’이 손을 뻗쳐서 닿을 듯이 눈앞에 떠 있을 뿐이다. 바위틈에 풀뿌리가 내린 듯 바위가 푸르고 싱그러워 보인다. 소나무와 풀잎으로 옷을 입은 ‘희역섬’이 금방 바지를 걷고 걸어오다 파도에 쓸려서 밀려가고 파도에 밀려서 다시 온다. ‘희역섬’은 마을을 지키고 싶다.

어릴 때 바닷가의 ‘희역섬’은 유일한 내 좌표였다. 조개를 캐 먹으며, 감자 삼국을 해 먹으며 해 저무는 석양까지 끝없는 모래밭을 헤매다 보면 옷 벗어놓은 곳을 찾을 수 없게 마련인데, 똑같은 모래밭과 똑같은 파도와 똑같은 하늘이 있을 뿐이다. 이때 ‘희역섬’만 보고 가서, 보이든 자리 그 바위가 보이도록 모래밭을 따라가면 되니 거리도 방향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 같은 천방지축은 ‘희역섬’이 없었으면 번번이 발가벗고 집에 들어가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번번이 ‘희역섬’이 있어, 내게 소리쳐 알리고 있다.

‘희역섬’은 우리 마을 청년들의 수영 실력 점검 반환점이 되어서 많은 이가 이용한다. 하나 있는 불문율은 섭조개를 따서 입에 물고 오는 것이다. 눈속임으로 가짜 실력을 과시하기 때문이다. 섭조개를 물고 파도를 타고 오는 이는 이 고장을 지킬 투사들임이 틀림없어서, 우리 어린이의 선망이었다. 이렇게 ‘희역섬’은 젊은이에게 희망을 심었다.

이제, 여러 곳 해안의 많은 섬을 보았으되 보는 것이 아름답기는 하나 남의 섬 같아 못 갈 곳 같고, 헤엄쳐 갈 곳이 아닌 곳 같아서 더더욱 ‘희역섬’이 눈에 선하다.

‘희역섬’은 내 고향이다.


9335.220311 / 외통徐商閏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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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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