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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묻어왔습니다

길가에 차례 없이 어우러진 풀잎들 위에 새벽녘에 몰래 내린 이슬 따라 가을이 묻어왔습니다.

선풍기를 돌려도 겨우 잠들 수 있었던 짧은 여름밤의 못다 한 이야기가 저리도 많은데, 아침이면 창문을 닫아야 하는 선선한 바람 따라 가을이 묻어왔습니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숨이 막히던 더위와 세상의 끝날이라도 될 것 같던 그리도 쉼 없이 퍼붓던 소나기에, 다시는 가을 같은 것은 없을 줄 알았는데, 밤인 줄도 모르고 처량하게 울어대는 가로수의 매미 소리 따라 가을이 묻어왔습니다.

상큼하게 높아진 하늘 따라 가을이 묻어왔습니다.

이왕 묻어온 가을이라면 촛불 밝히고 밤새 읽을 한 권의 책과 눈빛으로 마주해도 마음 읽어낼, 열무김치에 된장찌개 넣어 비벼 먹어도 행복한, 그리운 사람이 함께할 가을이면 좋겠습니다.

/좋은 글 중에서 -http://www.gudosesang.com-김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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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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