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보다는
좋은 친구가 더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만나기 전부터 벌써 가슴이 뛰고 바라보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그런 사람보다는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편안하게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 더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길을 걸을 때 옷깃 스칠 것이 염려되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걸어야 하는 그런 사람보다는
어깨에 손 하나 아무렇지 않게 걸치고 걸을 수 있는
사람이 더 간절해질 때가 있습니다.
너무 커서, 너무 소중하게 느껴져서, 자신을 한없이
작고 초라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보다는 자신과 비록
어울리지는 않지만 부드러운 미소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더 절실해질 때가 있습니다.
말할 수 없는 사랑 때문에 가슴이 답답해지고
하고픈 말이 너무 많아도 상처받으며 아파할까 봐
차라리 혼자 삼키고 말없이 웃음만을 건네주어야 하는
그런 사람보다는 허물없이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더 절실해질 때가 있습니다.
괴로울 때 찻잔을 앞에 놓고 마주할 수 있는 사람,
밤새껏 투정을 해도 이후 웃으며 편하게
다시 만날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
더 의미 있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나이가 들수록 비위 맞추며 사는 게 버거워
내 속내를 맘 편히 털어놓고, 받아주는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 탓이겠지요.
/좋은 글 중에서
-http://www.gudosesang.com-김용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