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는 어떠했을까?
보람을 느낀 하루였을까. 새로운 것을 이룩해 낸 성취감에 젖는 날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사람을 만난 기쁨의 날도 있다. 또 힘들고 짜증스러웠던 일이 여러 번 겹치는 날도 있고 뜻밖의 실수와 사고가 찾아온 날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똑같은 일들이 끝도 없이 되풀이되는 날도 있다.
퇴근 시간이 지나 회사 문을 나서면서도 약속 시간에 쫓겨 뛰어나가는 때는 또 얼마나 많았을까.
나날의 삶이 바쁜 일의 연속일수록 자기의 삶을 조용히 돌이켜 성찰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하루를 살면서 겉으로 드러낸 것이 많은 만큼 안으로 고이는 것도 있어야 한다. 말로 쏟아버린 만큼 생각을 통해 가슴속에 고이는 것이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잃어버린 내 모습만큼 또 되찾아 오는 내 모습도 있어야 한다.
잔돌과 만나면 소란스럽지만 깊은 물과 만나면 소리가 없는 물처럼 하루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 당신도 그처럼 깊어지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 깊어지는 시간의 물살 위에 잃어버린 당신의 조그만 나뭇잎 배 하나 띄울 수 있어야 한다.
당신 가슴 위로는 이 저녁 종이배 하나라도 뜨는가. 한 편의 시가 적힌 편지지 한 장 접어 당신 사색의 강물 위에 띄워 볼 수 있는지. 물살 위로 건너오는 지혜의 말씀 한 줄씩 만나는 날 있는지.
오직 앞을 향해 달려가기만 하는 우리의 삶. 여유를 잃고 사는 삶. 본래의 자기 모습을 자꾸만 잃어 가며 사는 삶.
오늘 하루쯤 당신도 당신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당신의 그 안으로 조용히 깊어져 간다면 얼마나 향기로울까.
/도종환 - 산문집 중에서 -문학과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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