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분화구 모양의 작은 언덕 위에 커다란 소나무를 안고 사는 그들을 솔방울 부부, 까치 부부라 했습니다.
아침이면 많은 까치가 하얀 셔츠의 가슴을 열고 그들 부부의 침상에 새 소식을 쏟아 놓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본 사람은 없었습니다. 흑백 두 대의 자가용이 35도의 경사에 먼지를 뿜어댔기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소문도 제법 있었습니다.
「사내는 무슨 무역상인가 한다나 봐. 계집은 E 대를 나온 미인이어서 친정 부모까지 모셔다 이웃에 산다던데.」
우연하게도 홍콩 거리에서 키가 작고 다부지게 생긴 사내를 만났는데 그가 소나무 집주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또 언젠가는 실내 운동장에서 스윙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만난 35세가량의 미녀가 바로 그 집 아내라는 것이었습니다.
「언제 한 번 필드에 꼭 모시고 싶습니다.」
그저 그것뿐이었지만 그녀는 무척 배설을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감정의 배설, 비만의 배설, 풍요의 배설 말입니다.
며칠 전 요란한 폭음과 더불어 불도저가 그 집을 부수며 아주 큰 맨션을 짓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침이면 요란하게 아침을 토하던 까치도 학군 때문에 강남으로 이사한 솔방울 부부도 보이지 않는 이 거리에 문명이 밀려오고 인간들은 차츰 사라져 가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김경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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