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찾기 (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어느 거지 이야기

옛날에 맘씨 착한 거지가 있었습니다. 추물 스러운 외모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냉대와 조소를 받으면서도 거지는 부지런히 일했습니다.

거지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동네 어귀의 휴지통을 뒤지며 빈 병, 구멍이 난 냄비, 고철 등 온갖 잡다한 고물을 매일 쉬지 않고 모아, 파는 일을 했습니다.

하루 백여리의 고되고 힘든 길이었지만, 거지는 어깨를 묵직하게 누르는 넝마를 생각하며 행복해했습니다.

온종일 수집한 고물이 저울대에 올려지고, 저울의 눈금만큼이나 정확한 고물상주인의 에누리 없는 계산이 끝나면 거지는 하루의 고된 노동을 마칩니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에이 재수가 없어! 저 거지새끼는 잊을만하면 나타난다니까.˝
˝저게 사람이야 괴물이야?˝
˝괴물도 저렇게는 안 생겼을 거야.˝
˝난 저 괴물만 보면 구역질이 날 지경이야.˝
˝에이, 재수 없어!˝

사람들의 조소와 멸시를 받을 때마다 거지는 자리 밑에 감춰둔 돈을 생각했습니다.

10년 동안이나 허리를 졸라매며 어렵게 모아온 돈은 거지에겐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이. 이제, 조금만 더 모으면 보…. 보기 흉한 이 얼굴을 고. 고칠 수 있어. 흠흠.˝

거지는 돈이 불어날 때마다 머릿속에 조심스럽게 얼굴을 하나를 떠올려 봅니다.

˝이. 이왕이면 잘생긴 미남으로 고. 고칠 거야. 코도 오뚝하고 누. 눈은 쌍꺼풀이 진. 흠흠.˝

거지는 쓰레기통에서 주워온 여러 가지 사진을 벽에 붙여놓고 그것을 볼 때마다 행복해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지는 그날도 넝마를 채우고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길에는 아이들이 나와 놀고 있었습니다.

˝야! 거지다.˝
˝아니야. 문둥이래. 사람 간을 빼먹는.˝
˝생긴 건 괴물 같다 그치?˝
˝그러니까 쓰레기통이나 뒤지고 살지!˝
˝어떻게 저렇게 생겼을까?˝
˝정말 재수가 없게 생겼다.˝

거지는 거기서 소녀를 만났습니다.

˝꼭. 꼬마야, 여…. 여기서 뭐 하니? 흠흠.˝
˝심심해서 그냥 앉아 있어요.˝
˝흠흠. 나. 나도 심심한데.˝
˝아저씨는 왜 심심한데요? 나처럼 장님이에요?˝

˝자...장님?!˝

˝어른이 그것도 몰라요? 저처럼 앞을 볼 수 없는 사람을 장님이라고 그래요. 그래서 친구들하고 어울려 놀지도 못하니까 심심해요.˝

˝아저씨는 심심한 게 얼마나 재미없는지 알아요?˝

˝흠…. 흠….˝

소녀를 만나고 돌아온 거지는 슬펐습니다.

거지는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소녀를 위로할 수 있을까 하고.

다음날부터 거지는 소녀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만났습니다.

소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거지를 비웃거나 멀리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어젯밤 꿈속에서 아저씨를 만났어요.˝

˝......?˝

˝그런데 이상하게 꿈속에서도 아저씨 얼굴을 볼 수 없어서 속상했어요.

˝하지만 원장 선생님께서 그러셨어요. 하나님께 열심히 기도드리면 아저씨 얼굴을 꼭 볼 수 있을 거라고….˝

거지는 소녀가 앞을 못 보는 것이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거지에겐 소녀를 만나는 것이 또 하나의 행복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또 어느 날. 거지는 비가 내려서 소녀에게 가지 않을까 하다가 결국 찾아갔습니다.

거기서 거지는 빗속에서 쓰러져 있는 소녀를 발견했습니다. 거지는 서둘러 병원으로 소녀를 데려갔습니다.

˝영양실조에다 비를 많이 맞아서 감기·몸살까지 겹쳤습니다. 한숨 푹 자고 나면 괜찮아질 겁니다.˝

˝그런데 당신이 저 아이 보호자 되십니까?˝

˝아. 아니, 그…. 그냥….˝

˝안타깝군요. 아직 나이가 어려서 더 늦기 전에 수술만 받으면 시력을 되찾을 수도 있을 텐데요. 수술비가 워낙 많이 들어서. 쯧쯧….˝

소녀의 눈을 뜨게 하려면 정말 많은 돈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거지는 자신이 10년 동안 모은 돈이면 소녀의 눈을 뜨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거지는 생전 입에도 안 대본 술을 며칠 동안이나 마시며 괴로워했습니다.

그로부터 일 년 후….

˝저 거지가 여긴 왜 또 얼씬거려.˝
˝생긴 건 꼭 뭐같이 생겨서.˝
˝정말 재수 없게 생겼다.˝
˝그러니까 쓰레기통이나 뒤지고 살지.˝
˝어떻게 저렇게 생겼을까.˝
˝에이, 재수 없어!˝
거지는 말하는 두 소녀 중 한 소녈 바라보았습니다. 그 얼굴은 1년 전 많이 봤던 얼굴이었습니다.

그 얼굴의 눈은 1년 전과는 달리 뜨여져 자신을 경멸스럽게 보고 있었습니다. 거지는 등을 돌렸습니다 /좋은 글 -



'일반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 소와 사자  (0) 2023.06.10
사랑 약  (0) 2023.06.09
도와드릴까요?  (0) 2023.06.09
사랑과 공의  (0) 2023.06.09
슬픔 치료  (1) 2023.06.09
Posted by 외통
,